여행 갔는데 사람에 치이면 매우 화가 나죠

모든 일본인들이 여행을 떠나는 성수기에는 일본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도시는 대도시대로 붐비고, 시골은 대도시에서 놀러나온 사람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성수기니까 OO는 거른다” 하며 다 안 가서 정작 그 여행지가 비어버리는 .. 마치 어린이날의 대국민 에버랜드 눈치게임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해서 언제나 케바케입니다. 

그리고 특수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면 이런 거 상관 없이 가야겠죠. 대표적 예시로는 오봉과 신정 연휴에만 개최하는 코미케같은 게 있겠구요.,

골든 위크 (4/29 ~ 5/5)

정말 최종 보스급입니다. 이 때 일본을 가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골든 위크란 일본의 공휴일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4월 말 ~ 5월 초 주간을 뜻하는데

● 4월 29일 – 쇼와의 날 (昭和の日)

● 5월 3일 – 헌법기념일 (憲法記念日)

● 5월 4일 – 미도리의 날 (みどりの日)

● 5월 5일 – 어린이날 (こどもの日)

로 법정공휴일이 4일이 있고, 5/3 ~ 5/5는 반드시 연휴가 되는 식입니다. 이 때 5/3 ~ 5/5 중 하나라도 일요일에 겹쳐지면 5월 6일이 대체공휴일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5월 6일도 빨간날입니다. 유급휴가 두 개정도 내면 무난히 8연휴 정도는 만들어지는 기간입니다.

2019년은 5월 1일에 천황 즉위식을 하며 4/30 ~ 5/2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는데, 4월 29일이 월요일이고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이 적용되며 따로 유급휴가를 안 내도 4/27 ~ 5/6이 전부 휴일이 되는 역대급 골든위크가 되었습니다.

골든 위크가 더 힘든 이유는 한중일이 전부 이 시기에 연휴를 맞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 5월 5일이 어린이날이고 어린이날은 대체공휴일을 적용받아 연차 이틀 정도면 5일 연휴를 뺄 수 있습니다. 

중국 역시 5월 1일 전후 3일 정도가 노동절 연휴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 여행객들은 만만한 한중일을 찾고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여행객들이 전부 섞여 혼돈의 카오스가 됩니다.

의외로 그 명성에 비해 비행기 요금이 저렴하게 나오기도 하는데요, 일본에서 나오는 여행객이 많다보니 복편 티켓을 덤핑하는 케이스입니다.

오봉 (8/13 ~ 8/15)

한국으로 따지면 추석인데, 일본은 추석을 양력으로 따지기 때문에 항상 8월 15일 고정입니다.

한국은 추석이 법정 공휴일이지만 일본은 오봉이 빨간 날이 아닙니다. 하지만 관습적으로 8/13 ~ 8/15에 휴가를 내고 놀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8/13, 8/14일에 귀경 (도쿄에서 나가는 방향), 8/15에 귀성 (도쿄로 들어오는 방향) 정체가 심합니다. 빨간 날도 아닌데 나가는 사람은 많고, 골든 위크에 비해 기간이 짧아 이동이 집중되기 때문에 일본 내 이동은 골든위크보다도 더 어렵습니다. 참고로 8월 11일이 휴일(산의 날)이라 연휴 기간이 조금은 유동적입니다.

8/15가 광복절이라 한국에서 주말과 끼고 이 시기에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도 있는데 짧고 굵게 당하기 좋습니다.

굳이 가자면 시내 위주로 간단하게 도는 게 좋겠습니다. 근교로 나가면 매우 피곤해지는 기간입니다.

신정 (12/29 ~ 1/3)

오봉과 마찬가지로 설날 역시 양력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반드시 1월 1일이 신정입니다.

한국과 다르게 신정 당일만 빨간 날입니다. 하지만 관습적으로 12/29 ~ 1/3 사이에 다들 쉬는 분위기입니다. 아무리 안 쉬어도 1/1은 쉽니다.

12월 31일은 오오미소카;大晦日 라고 부릅니다. 한자만 봐서 뜻 유추가 안 되는데, 아 12월 31일 말하는거구나~ 하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신정 연휴도 사람이 많긴 하지만, 이 시기가 위험한 이유는 다름 아닌 “컨텐츠 부족” 입니다.

골든위크나 오봉은 다들 노는 분위기라 사람은 많지만 볼 것도 많고, 축제도 많이 해서 사람에 좀 치이는 것만 감수하면 오히려 볼거리는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신정 연휴는 그딴 거 없고 모든 일본 관광 경제가 멈춰버리는 날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볼 게 없습니다.

1년 365일 여는 관광지도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지는 못해도 연중 하루 정도는 쉬는데 바로 그 날이 신정입니다. 유명 관광지 몇 개를 들어보자면 도쿄도청 전망대나 오사카성 천수각이 1월 1일에 닫습니다. 그 어떤 날에도 영업을 하지만 신정만큼은 예외입니다. 그래서 이 때 일본에 오면 도저히 할 게.. 없습니다.

대신 이 사람들은 전부 신사에 가서 하츠모우데(初詣) 를 하기 때문에 신사 방문이 목적이라면 이 때가 제일 볼거리가 많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신사에 가기 때문에 유명 신사는 물론이고 동네 듣보잡 신사에 토리이만 달려있어도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의 교통수단은 전부 휴일 시각표대로 운행합니다. 그리고 12월 31일은 주요 신사로 가는 노선들이 심야운행을 합니다.

“1년 중에 일본 여행을 피해야 하는 시기”의 5개의 댓글

  • 5월 6일 서울 → 도쿄 직항은 정말 한 자리도 남김없이 매진이더군요. 일본인들이 이번 GW에도 한국을 많이 찾긴 했나봅니다

  • 2월 11일이 건국기념일인 걸 까먹고 카마쿠라에 놀러간 1인…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 여름여행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본토쪽은 여름도 피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조심스레 의견 남겨봅니다. 서일본/동일본 할 거 없이 정말 덥더군요. 특히 대도시권은 산도 없어서 바람 한 점 없는 거 보고 기겁했습니다;;

  • 이번 광복절 끼고 갔는데 하카타역에 사람이 정말 많더라구요. 일본 사는 친구 조차도 이게 맞나 어벙벙해하던데 다음에는 피해가야할 거 같습니다. 정말 사람이 치여 죽는줄 알았습니다

    • 평상시에도 많으니 일본 오봉+한국 광복절 연휴 겹치면 좀 끔찍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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