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중국 고속철도로 상하이에서 항저우(杭州) 가보기

컨텐츠가 없을 땐 기차를 타보는 게 좋겠죠?
홍챠오 기차역으로 가면 고속철도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도착했습니다
상하이는 홍챠오역 말고도 그냥 “상하이”역이 있고 “상하이남” 역이 있나본데
베이징 – 상하이 – 쿤밍을 잇는 대동맥 노선의 기점은 이 홍챠오라고 하네요

아무튼 왔는데 오늘의 목적지는 항저우입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고른 건 아니고 그냥 찍먹으로 타기 가장 좋을 거 같아서 골랐습니다

상하이 기점으로 보면 베이징으로 가는 노선이 있고 쿤밍으로 가는 노선이 있는데
이게 그 일본으로 따지면 오사카역에서 산요신칸센을 타느냐 도카이도신칸센을 타느냐. .그런 느낌이잖아요 (씹덕같은 비유라 죄송)
그런데 오늘은 주말, 열차를 타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베이징방향보다는 당연히 쿤밍방향이 사람이 더 없지 않을까? 싶어서 남쪽 노선을 골랐습니다
(이 선택은 이번 여행 최악의 실수이며 여행 최대의 위기가 여기서 시작됨)
베이징 방향을 골랐다면 우시(无锡)나, 조금 무리하면 난징(南京) 정도까지 가볼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여기로 갈거면 상하이역에서 탈 수도 있어서 더 편하기도 한데
사서 고생…을 떠나서 사서 화를 불러오는 짓을 해버렸습니다

음 근데 표를 사야겠죠?
이건 출구인거 같구요

자동발매기는 외국인은 못 쓴다는 정보를 들어서

저게 매표소같긴 한데.. 모든 매표소에서 다 파는 게 맞나? 싶어서 가봤는데

여기 서는 게 맞았습니다
항저우까지는 73위안 (14000원)
정확히는 항저우동(東) 역까지네요

이왕 기분 낼 거 특실 (1등차) 로 해서 117위안을 냈습니다
중국 고속철도는 그렇게까지 싸진 않네요
1시간 정도 타는 거 같은데 보통차 기준 1만 4천원이면 KTX보다 약간 싼 수준? 서울-대전이 2만원쯤 하니까요

뭐 기대도 안 했지만 당연히 보안검색대는 있는데

특이하게 여긴 신분증으로 스캔해서 게이트를 들어가는 방식이네요
외국인은 그 게이트는 못 써서 유인 게이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여권으로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홍챠오역 진짜 무시무시하게 커서 이게뭐지 싶은 수준

타는 곳은 9A 9B 라고 되어있는데
알파벳은 상관 없어보이고 8,9번 홈으로 들어가면 되나 봅니다
대합실 들어올 때랑 열차 플랫폼 내려가기 전 두 번이나 검표를 하네요

이상하게 알리페이가 안 돼서 못 사먹은 음료 자판기

게이트에 티켓 QR코드를 찍는건줄 알았더니만 여권을 대고 통과하는 거였습니다
여권이나 신분증에 티켓 정보가 입력되는 방식이라 티켓은 필요가 없나봐요
이 뒤로도 쭉 여권만으로 게이트를 통과했습니다

티켓이 있는 사람만 열차 출발 직전에 플랫폼에 내려올 수 있는 방식이라 그런가
시장통이던 대합실이랑 달리 플랫폼은 한산

살짝긴장됨
정들었던(?) 상하이를 떠나는 순간이라서요

1등차 시트 제법 마음에 들었고

승차감도 좋습니다

뭐 가긴 가나 ? 싶어서 모니터 보면 시속 300km 찍혀있고 ㅋㅋㅋ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달려서 스카이라인이 확 바뀐 도시의 풍경이 들어오고

항저우동역에 도착입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돌아가는 열차가 없습니다
이걸 찾아보게 된 이유가 “이거 혹시 오는 편 자리는 있나?” 싶어서 검색을 해본건데
정말로 없습니다.
홍챠오에 무슨 22시 27분에 돌아오는 열차가 가장 빠른 열차입니다
진짜 농담 안 하고 큰일입니다… 오늘 자정 비행기라서 푸동공항에 22시까지는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이걸 항저우 오는 길에 열차 안에서 알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거 지금 트립닷컴으로 표를 찾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12306이라고 중국 철도 예약 앱을 써야 하는데 너무 당황해서 트립닷컴으로 계속 티켓을 찾고 있었습니다
(알리페이 깔려있으면 교통 탭에 12306도 있음)
트립닷컴은 예약대행사이트라서 새로고침 계속 눌러서 잔여석 뜬 거 보고 바로 예약 넣어도
만석이라고 예약이 되질 않습니다
가끔씩 17~18시 출발 열차 티켓이 나오는데 항저우 도착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성공을 못 했습니다

위기입니다..
항저우 여행이고 뭐고 상하이로 못 돌아가게 된 상황
택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견적을 봤는데 무슨 홍챠오-항저우 거리가 159km나 돼서 (고속철도로 한시간을 왔으니..)
택시로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닌 거 같습니다
비상!!!!
진정한 사나이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를 실천하셨군요;;
생각을 하고 출발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