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하철에 놓고 내린 가방과의 숨막히는 추격전……

빨리 요코하마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열차가 심상치 않은데요

아 이거 뭐냐 열차 안 옴
서있는 열차도 출발을 안 합니다
크게 잘못됐습니다

기약없이 도카이도선 열차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빨리 케이힌토호쿠선을 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이게 느리더라도 안 가는 열차보다는 빠를거에요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요코하마에 잠시 후에 랩핑 열차가 들어와서.. 이 열차를 꼭 잡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다행히 이 열차를 타도 아슬아슬하게 요코하마에서 랩핑 열차와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렇게 생각해보니 아까 에노시마에서 오다큐 타고 후지사와로 가지 않은 게 천만 다행입니다
후지사와는 케이힌토호쿠선이 없어서 진짜 하염없이 도카이도선을 기다려야되거든요

요코스카선 내 인신사고!? 아까랑 또 사유가 다르잖아
아까는 신호트러블이라면서요

아니 도카이도선은 또 건널목 안전확인이네 ㅋㅋㅋㅋㅋㅋ 오늘 진짜 마가 제대로 끼었습니다
이러니까 쇼난신주쿠라인이고 우에노도쿄라인이고 열차가 하나도 안 오고 있었던 거구나

요코하마역에 무사히 왔습니다
랩핑 열차는 14:07에 오기로 되어 있어서 세이프!

아 근데 요코하마역에서는 사진이 영 안 나오네요..

지상역에서 찍을 걸 그랬습니다
스크린도어도 그렇고 역이 어두워서 사진이 안 나와요

흠 이거 미나토미라이 갔다가 다시 돌아나올 거거든요? 그거에 맞춰서 지상에서 잡아야겠습니다
어 근데 몸이 좀 홀가분한데?
왜이러지?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케이힌토호쿠선에
가방
놓고
내림.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우연히도 가방에 사원증을 넣어두는 바람에 에어태그로 위치 추적이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 다행이 아니죠 나 지금 3시간 뒤에 라이브인데 이거 어떻게 찾냐… 못 찾으면 출근 못합니다 사원증이에요 저거

근데 이미 열차는 요코하마역을 출발해버렷고 다음 역으로 와버렸는데..

사진 포인트 찾아야 되는데 가방 때문에 정신이 못 따라가서 결국 촬영 포인트 찾는 걸 포기하고
이것만 남기고 바로 가방 헌팅을 하러 떠났습니다

자 침착하게 생각해봐요
일단 가방이 어느 열차에 있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타고 있던 열차와 에어태그의 위치도 모두 일치하고 있습니다. 시나가와역으로 잘 뜨네요
에어태그 바이럴 아님

그리고 아까 1시간 전에 이 사진을 찍은 덕에 몇 호차였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2호차에 선반 위에 가방이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까 타고 있는 열차는 오미야행입니다
케이힌토호쿠선은 오미야역에 차량기지가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시 돌아내려옵니다 (차량기지로 가는 열차는 미나미우라와행임)
출근 피크가 끝나는 시간대라면 오미야역에서 불끄고 회송으로 내려올 수도 있으니 이야기가 다른데
지금은 주말 낮이라서 입출고가 없을거라,
그럼 오미야를 찍고 열차가 다시 내려올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누가 가방을 유실물 센터에 맡기면 게임 오버인데,
오미야역은 회차선에 들어가지 않고 열차가 그대로 오리카에시로 돌아나오니 선반 위에 짐이 계속 있어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거란 말이죠?
그래서 마음이 좀 놓였는데

이 열차. 요코하마로 돌아내려오기를 그냥 기다리면
사쿠라기쵸에 돌아오는 시간이 17시 12분입니다. 라이브 개연 전에 열차가 안 돌아옵니다……….

오미야역이 저기라서 생각보다 정말 멀거든요
가만히 기다렸다가는 라이브 앞부분을 30분 정도 날려먹을 게 뻔한 상황입니다

일단 추격전을 계속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신칸센이든 뭐든 타서라도 무조건 저 열차를 앞질러야 합니다

아니 그와중에 타카사키선에 불이 나서 타카사키선 말단부가 멈췄습니다
진짜 오늘 되는 게 하나도 없음
이제 우에노도쿄라인은 열차가 몇시 몇분에 올지 그냥 돌려돌려 랜덤 게임이 된 상태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화재가 난 곳이 도쿄랑 워낙 멀어서 아직 그 여파가 안 왔다는 거..? 일단 해볼만하다

잠시 카와사키역에서 환승하는 시간을 이용해서
열차에 가방을 놓고 내렸는데, 이거 뭐 어떻게 할 수 있냐 했는데
누가 유실물 신고를 했거나 차장이 순찰 중에 짐을 발견해서 짐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어디 시골 돌아다니는 철도가 아니라 이건 케이힌토호쿠선이라 열차 안에 사람이 가득합니다
선반에 가방 하나 올라가있다고 해서 이게 분실물이라는 생각을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얌전히 내려오길 비는 수밖에 없습니다

케이힌토호쿠선을 케이힌토호쿠선으로 쫓는 건 무모하니 우에노도쿄라인으로 추격하기로 작전을 변경
오미야에서 내려오는 케이힌토호쿠선 열차가 언젠가는 이 우에노도쿄라인 북행 열차와 만나는 포인트가 있을 거잖아요?

그 포인트가 밝혀졌는데
우라와..! 역입니다

오미야에서 내려오는 케이힌토호쿠선 열차는 저기서 만납니다
우에노도쿄라인 진짜 빠르네.. 지금 카와사키인데 저기까지 가야 한다고요?ㅋㅋㅋㅋㅋ

가방이 이동한 걸 확인했습니다
오미야역에서 짐이 내려지지 않고 그대로 다시 돌아내려오는 거 같습니다

우라와역에 왔습니다..
이제 아까 제가 타고 있던 2호차에 가서

짐을 챙기면…!!!!!! 제 승리입니다
근데 열차 안에 사람이 진짜 농담 안 하고 무슨 출근시간 보는 거 같았습니다
꽉차있음 이거 말안됨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17시까지 요코하마에 돌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정확히는 미나토미라이의 피아 아리나 MM 까지 가야 합니다

15시 46분에 내려서 15시 48분에 내려오는 열차에서 가방을 캐치한 뒤 다시 15시 51분에 요코하마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는 강행군이었는데
여기까지만 하면 낙승인 줄 알았으나
이 열차 요코하마 도착 16시 43분…………… 개연 17분 전에 미나토미라이도 아니고 요코하마에 도착……..

뭐 해야죠 일단 해봐야죠

정신이 지쳤다 일단 그린샤에 타서 숨을 돌려

다행히 열차는 정시에 잘 가고 있습니다… 1분이라도 늦으면 치명적임

아키하바라를 지나고

타마가와를 건너면 이제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그나마 빨리 가는 솔루션을 찾아냈습니다
요코하마에서 버스를 타고 피아 아리나 바로 앞에 내리기 대작전
16시 50분에 버스가 있는데 요코하마 도착이 16시 43분이라 좀만 뛰면 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간신히 1분 전에 요코하마역 정류장 도착..!!!

혼모쿠(本牧)로 가는 168번 버스를 타면 피아 아리나 바로 앞에 내려줘요

요코하마역에서 단 6분

도착은 16시 57분
개연 3분 전!!!
아무튼 내가 이겼다
절대로 가방을 열차에 두고 내리지 마세요
원래 사쿠라기쵸 호텔 체크인하고 샤워하고 상큼하게 가려고 했었는데 정신도 몸도 지쳤습니다 진짜 이러고 싶지 않았음
자리도 좁은데 가방도 커서 진짜 너무 힘들었습니다 ㅜㅜ 그나마 캐리어가 아닌 게 다행임
와아… 이 가방을 찾은 거 자체가 대단하시네요;; 거기다가 개연 전까지 피아 MM 도착까지 ㄷㄷ
뭔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열차 사고지연도 겹친 상황이라서 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었던거 같습니다….ㄷㄷㄷ
머리 회전이 눈에 보이는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