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멈춰버린 오미나토선에서 탈출하기

순조롭게 열차가 가다가 기외정차를 했습니다
뭐 신호가 안 나서 서는 건 흔한 일이니까요 이 때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뭔가 정차가 이상하게 깁니다
열차 앞으로 와보니 선로는 비어있는 거 같은데 신호가 적신호에서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현위치가 어딘지 보니 오미나토와 노헤지 중간쯤에 있는 무츠요코하마역

그리고 운행정보에 X가 떴습니다!!!
포인트 점검

노헤지역 환승이 8분 환승이라 이미 원래 타기로 한 열차는 놓쳤고 아마 그 다음 1시간 뒤에 오는 열차를 타게 될 거 같은데 살짝 귀찮아졌습니다
그리고 열차는
이 상태로 1시간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진행을 못 하는 원인은 아까 봤던대로 포인트가 안 나서 신호가 정지에서 안 바뀌는 것
무시하고 진행하려고 해도 현재 포인트가 난 곳에 이미 오미나토행 열차가 있어서 강제 진행도 안 되고 완전히 데드락이 걸린 상태입니다
결국 역까지 걸어서 이동 후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결정되었습니다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도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살다살다 이 비상문으로 내려보는 일이 생길 줄은

내리기 전에 기관사가 목적지를 다 물어보더라구요
다행히 아주 멀리 가는 승객은 없고 대부분 목적지는 하치노헤나 아오모리 정도라 지금부터 노헤지역까지 택시로 이동해도 막차에는 다 맞는 듯 했습니다
신칸센 타고 더 멀리 가야 하는 승객이 있었다면 좀 아찔했을 듯

자갈도상을 걷는 게 쉽지가 않았음.. 침목 밟고 가는 게 제일 안전한 거 같음
그리고 이거 걸으면서 생각했는데 아까 하치노헤에서 무리하게 캐리어를 맡기지 않았다면 지금 이 길을 캐리어를 들고 걸었어야 합니다
그나마 잘한 선택이었다

역에 가까워질 수록 갑자기 쌓여있는 눈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역에 열차가 서있잖아요…
그 옆으로 가야 했는데 거기에 겨울 내내 쌓인 눈을 밀어둔
못해도 1m 놓이의 눈더미를 밟고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 됨
제발 빠지지마라빠지지마라.. 하면서 발을 딛었지만 성대하게 발이 빠져서 신발 다젖음
이때부터 살짝 화가 나기 시작함

어제부터 계속 억까의 연속입니다

내일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벌써 아찔합니다..
원래 10시에 잘 생각이었는데…

노헤지역까지는 택시 수송입니다
승객 수가 좀 적기도 했고
고등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는데 얘네들은 부모님이 와서 태워간다고.. 해서 실제로 택시를 탄 사람은 6명 정도였습니다

택시비는 당연히 JR 에서 내줌
저는 JR패스를 쓰고 있는데도 택시 대행 수송이 되는군요
일일이 승객들의 티켓을 검사해서 너는 패스충이니 꺼져!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 태워주는 거 같습니다

근데 노헤지가 그렇게 가깝진 않을텐데? 택시비도 제법 될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예상대로 상당한 금액 ㅋㅋ
택시기사님만 신남

결국 노헤지역에는 예정보다 1시간 50분 늦은 시간에 도착
하치노헤행 막차는 아직은 남아있었습니다
원래는 21시 16분 열차를 타야할 것을 23시 6분 열차를 타게 됐으니 수면 시간을 2시간이나 잃었습니다

택시기사님이 너무 밟으셔서 또 쓸데없는 대기 시간 발생

노헤지역… 잊을 수 없는 장소가 될 것 같다

수상한 입간판이 있었고

수상한 헌혈 포스터

수상한 주일미군기지 직원 모집 공고

그리고 닫혀버린 소바집
아 배고프다

열차가 온다고 해서 벌써 오나? 싶어서 나가봤는데
엥 ㅋㅋ 오미나토선 열차가 들어와있음

찍어놓은 사진이랑 열차 번호를 비교해보니 오미나토에서 타고 온 그 열차가 아니라
무츠요코하마역에서 교행하려고 서있던 열차였습니다
노헤지발 오미나토행 막차도 운행을 해야하니 이 열차를 유턴시켜서 다시 노헤지로 보낸 듯 합니다
근데 이 열차가 무츠요코하마에서 자력으로 노헤지로 올 수 있었다면 택시를 태워줄 이유가 없지 않았나?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쓴 돈은 없으니 아무튼 좋았쓰

하치노헤로 돌아가겠습니다
원래 이렇게 빡센 코스가 아니었는데
슬쩍 찍먹하고 올거였는데 벌써 하치노헤를 떠난지 6시간이 지남ㅋㅋㅋ

막차가 실제로 오는 걸 보고서야 안심

도대체 뭔 광고인가 싶어서 한참을 봄

아니 근데 하치노헤도 너무 먼데;;;

호텔에 도착한 건 거의 자정무렵
짐 맡기고 튄 줄 알고 프론트 직원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와! 여기도 수기 관광안내도

일단 호텔 키만 받고 다시 편의점 감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지만
이 때만 해도 무츠요코하마역에 갇히는 줄 알고 너무 긴장했었음
긴장 풀리니까 배고픔ㅋㅋㅋ

대충 먹을 거 사들고 돌아왔습니다
빨리 자야 해요

직전에 잡은 9천엔짜리 방인데 트윈룸인거냐고

아 아까 프론트에 갔는데 캐리어 맡겨놨다고 말하니까
“아 짐은 방에 올려다드렸습니다 ^^” 라고 해서
의외의 포인트에서 너무 감동받음
보통 2~3성급 비즈호엔 이런 서비스가 없으니 말이죠

푹 쉬고 가라고 하는데 저는 내일 6시 기상입니다

밥먹고 씻으니 1시;;
트레인뷰가 의미가 없는 시간이 됐습니다
취침 ㄱ
로컬선 여행 다니다보면 가끔씩 대행 택시나 버스는 탈일은 생기는데 비상사다리로 열차서 내리서 철길 걸어가는 경우는 너무 레어하네요…
저도 10년 넘게 타고 다니면서 이런 건 처음입니다;;
포인트 점검이라는게 정확히 뭘 점검한다는건지 모르겠네요 처음 보는 사유네..
선로 분기기를 포인트라고 합니다 저게 고장나면 열차가 다른 선로로 넘어갈 수가 없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