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오전에 사이타마쪽 지진이 있었다고 했는데 저랑은 상관없는 거인줄 알았더니 그 여파가…
12:51 츠루가행 카가야키가 지금 14:04인데도 도착을 안 했습니다
카가야키는 전석 지정석이라 패스만 들고 탈 수가 없어서 좌석을 예약해야 하는데
자동발매기에서는 조회가 안 되고 유인매표소에서 강제 지정을 하려고 했더니만
신칸센 티켓 변경하려는 사람들 줄이 끝없이 서있어서 도저히 견적이 안 나옵니다
결국 그냥 한 시간 기다려서 14:55 츠루기 타는 걸로
재래선 – 신칸센 환승개찰쪽에 혹시 매표소가 따로 있나 싶어서 둘러봤는데 재래선쪽 매표소로 넘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ㅋㅋㅋㅋ.
재래선이 IR 이시카와철도로 이관되면서 JR패스류로 재래선 운임구역으로 아예 못 넘어가게 막아놨네요..
패스 넣으면 바로 개찰구가 띵-동 소리내면서 튕겨내버림
나나오선 특례가 있어서 열차 자체는 탈 수 있을건데 실제로 열차 탈 게 아니니.. 거짓말하면서까지 들어갈 건 아닌 거 같아서 포기
하쿠타카 561호가 분명 이 시간쯤에 있었어야 하는데 그냥 운휴됐나 봅니다
예보대로 날씨가 다시 안 좋아지기 시작
후쿠이에 도착
이번 신칸센 개통으로 후쿠이현에도 3섹터 철도 회사가 생겼습니다
못 먹은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후쿠이는 어딜 가도 소스가츠동을 파네요
신기한 건 다 짜고치는 것처럼 저 오로시소바랑 묶어서 세트로 내놓는데
츠루가역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사실 이것도 먹을만한 메뉴였구나 싶음
에츠미호쿠선이 자주 다니는 노선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좀 붕 떴습니다
시간 좀 버리고
이제 열차를 탈 건데 이거 약간 뚫어야할 난관이 있습니다
원래 호쿠리쿠 본선이었던 이 보라색 구간이 지금 해피라인 후쿠이로 이관이 되어서 JR패스로는 못 타는데
노란색 에츠미호쿠선(쿠즈류선) 은 아직 JR이거든요? 후쿠이역에서 에치젠하난도 사이가 붕뜨기때문에
이걸 타기 위해 특례가 걸려있는데
에츠미하난도 – 후쿠이간은 에츠미호쿠선을 탈 거면 해피라인후쿠이선을 통과해서 갈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표를 사고 있는지 아십니까?
역무원과의 말싸움에서 졌습니다
해피라인후쿠이의 역무원이 JR 패스 특례를 전혀 모르고 있는 거였습니다
특례 페이지를 보여줘도 이건 JR선 패스고, 에치젠하난도까지는 티켓을 사야 한다며 막무가내인겁니다
열차 출발 5분 전이라서 말싸움을 더 했다간 한 시간 반을 더 기다려야 해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표를 샀습니다
겨우 170엔때문에 이 이상 일정이 더 꼬이면 저만 손해라서요
근데 이 역무원이 왜 이렇게 완강했는지 그 이유를 알았는데
청춘18킷푸의 특례랑 JR패스의 특례가 다르더라구요?
청춘18은 JR패스랑 반대로 해피라인후쿠이선의 특례가 츠루가 – 에치젠하난도로 걸려있어서
에치젠하난도-후쿠이는 그 무슨 일이 있어도 JR선 티켓으로는 못 타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청춘18킷푸의 특례를 적용시켜버렸고 이거랑 헷갈려서 JR패스를 보고도 안 된다며 돌아가라고 한 거 같습니다…
후쿠이는 공룡 화석이 많이 나온대요
역 안에서 공룡을 봐도 당황하지 말도록 해요
이젠 JR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음
아니.. 바로 흔적이 있네요
호쿠리쿠 본선 시절의 보통 열차를 그냥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어차피 JR은 이 열차가 필요가 없거든요
오늘 탈 건 쿠즈류코행
눈이 그냥 눈이 아니고 폭설입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옴ㅋㅋㅋ
아…. 어째서
열차만 잘 가면 그만입니다
원래 다설지라서 눈 어지간히 온다고 운행에 지장이 생기진 않습니다
교행 대기 중
신기한 랩핑의 열차가 왔음
조금 가니까 눈은 다시 그쳤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속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자리가 안 남
쿠즈류선에서 가장 큰 역인 에치젠오노에서 와서야 겨우 자리 남
이코카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경고문을 붙여놔도 이런 로컬선만 들어오면 이코카 찍고 들어온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산간지방으로 들어올 수록 쌓여있는 눈 두께 단위부터가 달라짐
종점 근처는 꽤 고규격이라 터널이 잔뜩 있어서
터널 몇 개를 지나고 나면 종점 쿠즈류코역입니다
역 주변에는 패밀리마트 딱 하나
그 외 아무 것도 없음
굳이 찾아보자면 여기도 후쿠이라 그런지 역 안에 공룡있음
열차는 딱 하루 5회입니다
노선은 여기서 끊겨있는데 사실은 이 뒤로도 더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지도를 보면 이 사이가 애매하게 끊어져있는데
원래 에츠미선은 후쿠이(福井) – 미노오타(美濃太田) 를 이을 계획으로 지었던 노선입니다
노선명 에츠미(越美)는 에치젠(越前: 지금의 후쿠이)과 미노(美濃: 지금의 기후) 를 잇는 노선이라서 붙여져있는데
거의 다 지어놓고도 저 사이가 개통이 되지 않아서 넘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남쪽 구간은 에츠미난선(越美南線) 으로 남아있다가 지금은 나가라가와 철도에 이관되어서 JR선도 아니구요
이 사이가 이렇게 끊어져있는건데
워낙 난공사라 못 짓고 있다가 JR 니시니혼으로 민영화 된 이후에도 “이거 이어봤자 돈이 되나?” 라는 느낌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채산성이 안 나올거라고 생각해서 멈춘건데 당연히 그게 옳은 선택이었지만
이미 완공된 부분의 노선은 어쩔 수 없이 계속 굴리고 있습니다
시모유이노 – 쿠즈류코 구간은 정말 엄청난 산악지대에 연선인구도 없는 수준이라
아마 큰 토사붕괴같은 사고가 나면 폐선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느낌입니다
에츠미호쿠선 영업계수가 2019년 기준으로도 1300 이었는데 그 위에도 아직 쟁쟁한 후보들이 많긴 합니다만 썩 좋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저 사이는 한동안 버스 노선이 있었는데 버스조차도 장사가 너무 안 돼 폐선이 될 정도로 유동인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를 넘어서 미노오타로 가는 불굴의 루트가 철도 동호인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등산 2시간쯤 필요 ㅋㅋㅋ)
앞으로 갈 순 없으니 다시 되돌아서 후쿠이로
아직 막차는 아니었네요
중간역 에치젠오노역에서 기관사가 뭔가를 들고 가길래 설마 통표인가? 했는데
헉 이거 진짜 통표폐색구간이었음
저거 볼 수 있는 동네가 별로 없죠 요즘
15분 정도 정차라 잠시 내려서 휴식
그나마 큰 동네지만 정말 쥐죽은듯이 조용합니다
아까 쿠즈류코역에서 정리권을 뽑았어야 하는데 실수로 안 뽑아서 지금이라도 뽑음
원래는 뽑을 필요가 없는데 이따 후쿠이역에서 문제생길까봐 혹시나
후쿠이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안 내보내주면 어떡하나 싶어서 조마조마했으나
신칸센 환승개찰 직원은 에츠미호쿠선 타고 왔어요~ 라고 했더니 흔쾌히 지나가라고 그냥 보내줬습니다
아 뭐야 허무한데
이쁜 하트 조형물이 있길래 가만 보니 공룡임ㅋㅋㅋㅋㅋ
공룡에 너무 진심임 여기
오늘의 숙소는 츠루가입니다
왜 츠루가냐?
지금 호쿠리쿠 지역 숙소 가격이 제정신이 아닙니다
카나자와 리브맥스가 1박 14000엔 이러고 있고 진짜 돌아버린 상태라서 그나마 제일 싼 츠루가로 갑니다
츠루가역은 참 많이 오게 되네요
분명 어린이용이지만 성인남성도 홀리게 만든다는 그것
츠루가역 바로 앞 숙소를 잡아도 카나자와 시내 허름한 호텔보다 싸거든요
신칸센은 어차피 무료니까.. 몸만 조금 고생한다면 말이죠
근데 이 호텔은 체크인하려고 하니 뜬금없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네요??
원래 외국인이 숙박할 땐 여권체크가 의무라 외국인인지 알고 싶었나본데
저도 당황해서 TTP 특정등록자카드를 냈더니 그냥 패스됐습니다
여권카피하는 거 귀찮아서 일본주소 아무거나 써놓고 체크인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FM대로 하는데를 와서 살짝 당황했음
내일의 코스를 좀 짜고
내일은 눈이 그치길 빌면서 자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눈 옵니다
돌겠네
요새 JR패스도 그렇고 전부 자동개찰기 사용이 가능한 형태, 즉 JR 표준승차권 도안에 인쇄되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몇몇 역무원들이 몇몇 기획승차권을 식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저건 좀 이상하네요. 분명 기획승차권 명칭이 명확히 기재되어있음에도 청춘18이 아니냐고 나오는 것도 그렇고…
잘 몰라서 패스 범위 아닌데도 그냥 보내주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는데 이번엔 후자에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