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타고 내려갈 노선은 무기선(牟岐線) 입니다

도쿠시마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서 코치현의 무로토 반도(室戸半島) 방면으로 내려가는 노선입니다

말단은 아사 해안 철도(阿佐海岸鉄道)에 이관되어서, 무기선 자체는 전 구간이 도쿠시마현 내에 있습니다

전국 철도 노선의 도도부현별 전철화율 랭킹을 내보면 도쿠시마가 가장 꼴지, 47위인데요,

도쿠시마의 전철화율은 0%… 단 1cm도 전철화가 된 구간이 없습니다

46위인 코치현 조차 8.23%의 전철을 가지고 있지만 (노면전차) 도쿠시마는 진짜 0%.

그래서 최신형 특급이든 구닥다리 보통이든 모두 사이 좋게 디젤동차입니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출발했으면 밝았을텐데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게 좀 아쉬움

도쿠시마 시내엔 큰 강이 꽤나 많아서 시도때도 없이 강을 건넙니다

아난(阿南) 역까지가 도쿠시마 근교 통근/통학권이라서

여길 지나면 열차 안은 꽤나 한산해지는 편

Dual Mode Vehicle, 통칭 DMV라고 부르는 특이한 철도가 있는데

이 노선 끝에서 연결되는 아사해안철도가 이 DMV를 운용하는 세계 최초의 철도 회사라고 합니다

철도 구간을 달리다가 철도가 끝나면 바퀴를 꺼내 도로를 그대로 주행할 수 있는 철도-도로 겸용 차량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탈 수는 없음..

무기선에서 딱 한 번 보이는 바다 구간을 지남

아 근데 ㅋㅋ 지금 좀 당황스러운 상황인데

열차 안에 승객이 4명인데 승객 4명이 전부 여깄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냐면 무기역으로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룹 3명이
이유도 없이 로컬선 말단으로 가고 있는 여행객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말을 걸어온 것입니다

보통 대화의 물꼬를 트는 질문은 “어디에서 왔냐” 인데
잠깐 고민했다가 한국이라고 했더니 야 얘 한국에서 왔대 ㅋㅋ
하면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분들까지 다 여기로 옴ㅋㅋㅋ

오늘의 대화 주제는 뜬금없이 황사였는데 요새 일본에 황사가 심해서 한국은 어떠냐
한국에서 어떻게 왔냐? 타카마츠 공항에 국제선이 있다고!?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3인 그룹에게 메챠쿠챠 돌려지다가 종점 무기역에 도착해서야 해방

아까 우동 삽질의 여파로 종점 아와카이난역까지 가는 열차를 한 시간 더 기다려야 하는데

해가 더 지면 곤란할 거 같아서 버스로 질러가려고 합니다

아 ㅋㅋ 근데 다음 열차 한 시간 뒤라서 버스 탄다고 했더니

굳이굳이 또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다주시기까지 함ㅋㅋㅋㅋ 진짜 너무 감사드립니다

버스 정류장이 도보 3분이라서 굳이 차를 타야 하나 싶긴 했지만요…

남은 구간은 버스로 가겠습니다

놀랍게도 오사카행 고속버스가 있네요

이미 막차까지 다 떠났음

미니버스지만 있을만한 건 다 있습니다

승객은 저밖에 없습니다

진짜 그냥 복지로 굴리는 수준이라 언젠간 이 철도 노선도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종점 아와카이난역 근처의 정류장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서 살짝 무서움

그리고 지금 해가 졌는데

카메라의 도움을 받아야 주변에 뭐가 있는지 간신히 분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간판 글씨조차도 못 읽을 정도로 진짜 어두움

“세계 최초” 가 달리는 마을.

DMV는 진짜 세계 최초라고 하는데 이런 게 세계 최초인 이유는 아무도 이걸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겠죠

아사해안철도 측에서도 그건 알고 있었는데 이거라도 안 하면 굶어죽겠다 싶어서

연 매출 900만엔인 회사가 10억 엔을 들여서 이걸 만든 것입니다

아와카이난 문화마을

아와카이난 역이 아니라 여기로 온 이유는 이 곳이 DMV의 출발역이기 때문인데요

DMV는 막차가 17시라서 이미 다 끊겼기 때문에 못 타니까
DMV 차량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와봤습니다

하늘색 구간이 코치현의 토사쿠로시오 철도 고멘/나하리선

파란색은 JR 무기선이고 빨간색이 아사해안철도인데,

진짜 절묘하게 안 이어져있는데 원래는 두 노선이 연결될 계획이었으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어서 가차없이 건설 계획이 짤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DMV가 된 덕에 주말에는 무로토 곶까지 가는 버스도 있음

친절한 한국어 설명까지 있습니다

기념품점도 있고 이것저것 있으나

역시나 시간이 늦어서 영업 종료 상태

마을 여기저기에 세계 최초 현수막이 달려있습니다

결국 DMV 차량은 못 봤는데

여기까지 와서 한 번도 못 타보고 가는 건 좀 아쉽지만 뭐 또 다음에 올 일이 있겠죠~

아와카이난역까지는 금방이라서 걸어가기로 함

무슨 개척비같은 게 있고 뒤에 역이 있습니다

도쿠시마 최남단 JR 역인 아와카이난역에 도착

원래는 무기선이 그 다음 역인 카이후역까지였는데,
아와카이난 이후 구간을 아사해안철도에 이관하면서 지금은 여기가 종착역입니다

DMV는 막차 끊겨서 못 타니까 이제 다시 도쿠시마로 돌아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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