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탈 노선은 네무로 본선인데
그 중에서 후라노(富良野) – 신토쿠(新得) 구간입니다

후라노 – 신토쿠 구간은 JR 홋카이도에서 당장이라도 폐지하고 싶어 안달이 난 구간으로
운송 밀도가 일 200명 이하… 그러니까 버스 네 대만 다녀도 다 싣고 다니는 수준으로 막장에 다다른 구간입니다

그래서 홋카이도에서 제일 구린 동차인 키하 40으로 다니고 있는데

근데 이걸 또 이쁘게 개조를 잘 해놨네요
시트만큼은 약간 새 차 느낌…

개조하면서 선풍기도 뗐군요

원래 홋카이도 기동차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가 있었습니다
홋카이도하면 여름에도 시원할거라는 이미지지만 홋카이도 내륙은 여름에 30도 넘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서
에어컨이 없으면..쬐끔 힘듭니다

아까 후라노선은 그래도 집이라도 좀 있었는데
네무로 본선 내륙구간은 정말 연선 인구가 끔찍한 수준입니다

왜 이런 곳에 철도가 있냐면 네무로 방향으로 갈 때 그나마 얌전한 고갯길이 이 쪽이었기 때문에 구간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뚫어둔 것입니다
최단거리로 뚫으려면 히다카 산맥을 넘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지은건데,
지금은 그 히다카 산맥을 세키쇼선이 뚫고 지나가고 있고 네무로 방향 장거리 수요를 다 처리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존속될 이유가 없어진 거죠.

역 근처가 이 정도고, 근처가 아니면 아예 집 조차 없음

가끔 나오는 역에서도

사람이 타긴 할까… 싶은 그런 분위기고

실제로 사람이 타지도 않습니다.

그냥 후라노에서 탔던 4명 남짓한 승객이 그대로 계속 종점까지 가는 중

네무로 본선 이 구간은 이번이 두 번째 승차입니다
처음은 2013년쯤에 타키카와 – 쿠시로 보통열차 완주하면서 타봤었는데
지금은 중간이 끊기면서 완주는 못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 때나 지금이나 승차객수는 딱 이 정도입니다.

당장이라도 철도 사업을 접고 싶은 상황일 건데,

마침 이쿠토라역 인근 선로가 유실되며 노선이 불통이 되자
JR 홋카이도는 이 노선 복구를 바로 포기한다고 선언하고 폐선 절차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보선 상태가 상당히 안 좋기도 하고
선형도 나빠서 70km/h 정도가 한계인 듯 합니다

벌써 다음 역이 종착역입니다

2100엔은 아마 타키카와역 출발 기준일 거 같네요

JR패스라서 돈은 내지 않습니다

정말 역이 있긴 한걸까 싶은 곳을 한참 지나다가

그래도 마을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역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역 바로 앞에 신토쿠역으로 가는 대행버스도 정차 중

아까 후라노에서 탔던 사람 전원이 여기에서 내렸습니다

두 명은 다시 타고 왔던 거 타고 돌아가네요 ㅋㅋ

그래서 이 대행버스에는 단 두 명의 승객이 타고 있습니다

이만한 대형버스에 2명 타고 가는 것도 참 낭비인데..

이 구간에 철도가 있었다니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

바닥에 눈이 저렇게 쌓여있는데 절대 단 한 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길래 솔직히 쫄았음

커브길에서 튕겨나갈거같은데 의외로 바닥을 잘 잡고 가는 걸 보니
역시 홋카이도 운전 베테랑들은 다르다 싶음

한참 시골길을 달리더니 또 골목골목으로 들어오는데

아마 역이 있나봅니다

영화 철도원의 배경이 되었던 이쿠토라역입니다

영화 세트장으로 썼던 호로마이역 간판이 남아있는데

이제 여기에 열차가 올 일이 없어서 이쿠토라 라는 역명을 굳이 달아놓을 필요도 없게 되었습니다

선로는 이미 제초와 제설을 아예 하지 않은 채로 버려진 상태

https://twitter.com/ysQE1Nw2ZORM19W/status/1636341513142833153/photo/1

2023년의 오치아이역의 모습

원래 여기가 선로인데
사람의 손길을 10년 가까이 안 타면 이렇게 자연속에 묻혀버리는구나 싶음

오치아이역을 지나면 이제 신토쿠역까지는 거대한 고갯길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해발고도 644m 카리카치 고개(狩勝峠)
이게 네무로 본선에서 가장 험한 구간

워낙 험하다보니 철도도 저렇게 터널을 뚫어놓고도 굽이굽이 돌아 내려가야 합니다

간선급 국도라서 제설은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이 버스 진짜 눈길에서도 정말 거침없이 잘 달림

원래 정류장에는 없는 리조트같은 곳에도 정차하네요

시각표를 보니 어째서인지 정말 이 곳에 정차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경위로 서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리조트의 송영버스 역할도 하게 된 거 같습니다
리조트측에서 아마 운행비용 일정 부분을 대고 운행하는거겠죠

오치아이 – 신토쿠 사이가 정말 멀어서 거의 40분을 달려 도착했습니다

버스는 아예 승차권을 보지도 않네요
이 구간 안에서만 타면 정말 그냥 표를 아예 안 사고도 다닐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JR패스가 있고 JR패스는 대행버스 승차도 가능하지만
대행버스의 운임 징수 체계를 만드는 비용조차도 아깝다는 JR 홋카이도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9. 홋카이도 로컬선 여행 – 네무로 본선(根室本線)”의 2개의 댓글

  • 글이 좋아 정주행 중입니다ㅎ
    저도 일본을 좋아해 자주 여행을 하는데
    관련된 일을 하시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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